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넷 중 하나는 사장님(자영업자·소상공인)이다. 그리고 이들 셋 중 하나는 ‘손해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 우리 국민 7~8%가 일을 해도 마이너스(-)인 셈이다. 이같은 적자 영업의 원인은 ‘빚의 굴레’에 있다. 빚으로 버틴 코로나19 위기가 지나고 고금리 시대가 도래하자 막대한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한 이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자영업 폐업 지원 등 출구전략을 내놓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대한 자영업 구조 개혁을 위한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땜질 처방’을 멈추고 위기가 닥칠 때마다 휘청거리는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출구전략과 함께 ‘입구전략’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구덩이’ 자영업 시장에서 사람을 꺼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함부로 뛰어들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전문가들은 취업하지 못하고 창업에 나섰다 실패하는 일이 없도록 취업 지원을 강화하면서도, 창업에 뛰어들 이들에는 충분한 교육을 제공해 폐업 확률을 줄이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거 은퇴를 앞둔 중·장년이 ‘창업’ 외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금리가 내리고 물가가 낮아진다고 사정이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계에 몰린 이들도 폐업만큼은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창업을 결정했을 때와 같이,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수많은 낙오자를 배출하는 자영업 시장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구조를 바꾸기 위한 첫 걸음, 우리 경제의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보증재단 대출 4000만원에 주택담보대출하고 신용대출 5000만원, 그리고 저축은행하고 주변에서 끌어다 쓴 돈이…”
올해로 음식점을 운영한 지 10년차를 맞은 이모(37) 씨는 보유한 대출 금액을 묻는 질문에 하나하나 답을 이어가다 이내 말끝을 흐렸다. 잠시 생각에 잠긴 이씨는 텅 빈 가게를 둘러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곧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떨어질 듯 말 듯 벽에 붙어있는 가격 인상 안내문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있는 힘껏 누르는 힘이 무색하게 포스터는 다시 달랑거리기 시작했다. 한참이나 벽을 바라보던 그는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고 읊조렸다.
이씨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까지 최대 5개의 가게를 운영하던 일종의 ‘성공한 사장님’이었다. 하지만 펜데믹을 계기로 2곳의 문을 닫았다. 지난해 말에는 각각 1명의 직원을 고용해 운영하던 나머지 2곳의 가게마저 폐업했다. 현재 그가 혼자 운영하는 음식점의 매출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8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여기다 그간 쌓아온 이자비용에 훌쩍 오른 식자재 값을 치르고 나니, 손에 쥐는 돈은 이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씨는 “미루다 못해 이번 달에 당장 갚아야 하는 대출금이 있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이제는 어떻게 하면 나아질지 고민할 의지도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23일 헤럴드경제가 통계청의 2024년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 1분기 기준 자영업자가 가구주인 가구 중 적자 비중은 29.7%인 것으로 집계됐다. 적자 가구는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값이 0 미만인 경우를 뜻한다. 자영업자가 10명 중 3명가량이 사업소득을 포함해 벌어들이는 모든 소득보다 쓰는 돈이 더 많다는 얘기다.
적자 가구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한창이었던 2년 전 2022년(25.4%)과 비교해 4.3%포인트가량 급증했다. 가구 수를 기준으로 하면 109만 가구에서 121만 가구로 증가했다. 2년 새 약 10만의 자영업자 적자 가구가 늘어난 셈이다. 올 1분기 기준 상용근로자 적자 가구 비중이 전체 17.7%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자영업자 중 적자 가구 비중은 직장인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높은 상황이다.
코로나19 거리두기 회복으로 인한 매출 회복세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소득은 월 487만4414원에서 492만6239원으로 5만원가량 늘었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에 따라 되레 비용 지출이 늘어나며 적자 가구 상승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출을 보유한 자영업 가구의 평균이자는 2022년 1분기 월 24만453원에서 2024년 1분기 월 35만8697원으로 11만8000원가량 불어났다. 전반적인 자영업 대출의 규모가 급증한 가운데,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도 같이 늘어난 영향이다.자영업 대출 규모도 빠른 속도로 불어나며, 부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나이스평가정보(NICE)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자영업자(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 대출 잔액은 743조원으로 2021년 말(637조원)과 비교해 106조원(16.5%)가량 급증했다. 자영업 대출 차주 또한 277만명에서 335만명으로 57만명이 늘었다.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을 못 한 채무 불이행자의 수는 2만4446명에서 7만2815명으로 198%가량 급증했다.
헤럴드경제 2024.07.23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넷 중 하나는 사장님(자영업자·소상공인)이다. 그리고 이들 셋 중 하나는 ‘손해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 우리 국민 7~8%가 일을 해도 마이너스(-)인 셈이다. 이같은 적자 영업의 원인은 ‘빚의 굴레’에 있다. 빚으로 버틴 코로나19 위기가 지나고 고금리 시대가 도래하자 막대한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한 이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자영업 폐업 지원 등 출구전략을 내놓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대한 자영업 구조 개혁을 위한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땜질 처방’을 멈추고 위기가 닥칠 때마다 휘청거리는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출구전략과 함께 ‘입구전략’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구덩이’ 자영업 시장에서 사람을 꺼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함부로 뛰어들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전문가들은 취업하지 못하고 창업에 나섰다 실패하는 일이 없도록 취업 지원을 강화하면서도, 창업에 뛰어들 이들에는 충분한 교육을 제공해 폐업 확률을 줄이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거 은퇴를 앞둔 중·장년이 ‘창업’ 외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금리가 내리고 물가가 낮아진다고 사정이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계에 몰린 이들도 폐업만큼은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창업을 결정했을 때와 같이,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수많은 낙오자를 배출하는 자영업 시장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구조를 바꾸기 위한 첫 걸음, 우리 경제의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보증재단 대출 4000만원에 주택담보대출하고 신용대출 5000만원, 그리고 저축은행하고 주변에서 끌어다 쓴 돈이…”
올해로 음식점을 운영한 지 10년차를 맞은 이모(37) 씨는 보유한 대출 금액을 묻는 질문에 하나하나 답을 이어가다 이내 말끝을 흐렸다. 잠시 생각에 잠긴 이씨는 텅 빈 가게를 둘러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곧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떨어질 듯 말 듯 벽에 붙어있는 가격 인상 안내문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있는 힘껏 누르는 힘이 무색하게 포스터는 다시 달랑거리기 시작했다. 한참이나 벽을 바라보던 그는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고 읊조렸다.
이씨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까지 최대 5개의 가게를 운영하던 일종의 ‘성공한 사장님’이었다. 하지만 펜데믹을 계기로 2곳의 문을 닫았다. 지난해 말에는 각각 1명의 직원을 고용해 운영하던 나머지 2곳의 가게마저 폐업했다. 현재 그가 혼자 운영하는 음식점의 매출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8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여기다 그간 쌓아온 이자비용에 훌쩍 오른 식자재 값을 치르고 나니, 손에 쥐는 돈은 이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씨는 “미루다 못해 이번 달에 당장 갚아야 하는 대출금이 있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이제는 어떻게 하면 나아질지 고민할 의지도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23일 헤럴드경제가 통계청의 2024년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 1분기 기준 자영업자가 가구주인 가구 중 적자 비중은 29.7%인 것으로 집계됐다. 적자 가구는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값이 0 미만인 경우를 뜻한다. 자영업자가 10명 중 3명가량이 사업소득을 포함해 벌어들이는 모든 소득보다 쓰는 돈이 더 많다는 얘기다.
적자 가구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한창이었던 2년 전 2022년(25.4%)과 비교해 4.3%포인트가량 급증했다. 가구 수를 기준으로 하면 109만 가구에서 121만 가구로 증가했다. 2년 새 약 10만의 자영업자 적자 가구가 늘어난 셈이다. 올 1분기 기준 상용근로자 적자 가구 비중이 전체 17.7%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자영업자 중 적자 가구 비중은 직장인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높은 상황이다.
코로나19 거리두기 회복으로 인한 매출 회복세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소득은 월 487만4414원에서 492만6239원으로 5만원가량 늘었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에 따라 되레 비용 지출이 늘어나며 적자 가구 상승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출을 보유한 자영업 가구의 평균이자는 2022년 1분기 월 24만453원에서 2024년 1분기 월 35만8697원으로 11만8000원가량 불어났다. 전반적인 자영업 대출의 규모가 급증한 가운데,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도 같이 늘어난 영향이다.자영업 대출 규모도 빠른 속도로 불어나며, 부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나이스평가정보(NICE)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자영업자(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 대출 잔액은 743조원으로 2021년 말(637조원)과 비교해 106조원(16.5%)가량 급증했다. 자영업 대출 차주 또한 277만명에서 335만명으로 57만명이 늘었다.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을 못 한 채무 불이행자의 수는 2만4446명에서 7만2815명으로 198%가량 급증했다.
헤럴드경제 2024.07.23